초가공식품 많이 먹는 중년, 무증상 뇌혈관 손상 징후 40% 많아
캐나다 맥마스터대·인구보건연구소 연구팀이 35~69세 성인 8783명을 분석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 최상위 그룹은 최하위 그룹보다 무증상 뇌경색 등 혈관성 뇌 손상 징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40% 높았다. 횡단면 연구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연구에서는 한국인 하루 섭취 열량의 29.3%가 초가공식품이었고, 중·장년층은 소주·국수·빵의 기여가 컸다.
과자·가당 시리얼·탄산음료·즉석면·냉동 간편식처럼 산업적으로 가공한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중년일수록 증상 없이 진행되는 뇌혈관 손상이 MRI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는 캐나다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와 인구보건연구소(PHRI) 연구팀은 35~69세 성인 8783명을 분석한 논문을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현지시간 1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국내 성인도 하루 열량의 3할 가까이를 초가공식품에서 얻는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장바구니와 식탁을 한 번 점검해 볼 계기가 될 만하다.

심장병 없는 중년 8783명 MRI로 들여다봤다
분석 대상은 PHRI가 진행해 온 두 연구, 'CAHHM(건강한 심장과 정신을 위한 캐나다 연합)'과 'PURE-MIND(도시·농촌 역학 전향적 연구)' 참여자다. 모두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35~69세 캐나다인으로, 식이 설문과 체지방 측정, 뇌 MRI, 인지기능 검사를 함께 받았다.
연구팀은 참가자가 먹은 음식을 산업적 가공의 정도와 목적에 따라 분류한 뒤 초가공식품 섭취 수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 맥마스터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의 하루 식품 섭취량 가운데 초가공식품은 평균 약 25%였다. 가장 많이 먹는 그룹은 45%, 가장 적게 먹는 그룹은 약 16%였다.
MRI 영상은 참가자의 식습관을 모르는 신경과 전문의가 판독했다. 연구팀이 살핀 '혈관성 뇌 손상'은 증상 없이 생긴 작은 뇌경색(무증상 뇌경색)과 뇌 백질 고신호강도처럼 영상에서만 드러나는 변화를 말한다.
섭취 최상위 그룹, 뇌 손상 징후 40% 많아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는 그룹은 가장 적게 먹는 그룹보다 혈관성 뇌 손상 징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40% 높았다. 맥마스터대는 이런 연관성이 여성에서 더 뚜렷해, 섭취 최상위 그룹 여성은 최하위 그룹 여성보다 뇌 손상이 관찰될 가능성이 2배 가까이 됐다고 밝혔다.
몸에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경제와 의약일보 보도에 따르면 섭취 최상위 그룹은 최하위 그룹보다 체지방률이 1.7%포인트 높았고, 내장지방 부피도 평균 5.7㎖ 컸다. 간 지방 비율은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MoCA, DSST 같은 표준 인지기능 검사 점수는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유의한 관련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백질 고신호강도 같은 변화가 눈에 띄는 인지 저하보다 앞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 항목 | 섭취 최하위 그룹 | 섭취 최상위 그룹 |
|---|---|---|
| 하루 섭취 식품 중 초가공식품 비중 | 약 16% | 45% |
| 과일·채소·곡물 등 최소가공식품 비중 | 68% | 41% |
| 혈관성 뇌 손상 징후 가능성 | 기준 | 40% 높음 |
| 체지방률 | 기준 | 1.7%포인트 높음 |
| 내장지방 부피 | 기준 | 평균 5.7㎖ 큼 |
| 인지기능 검사(MoCA·DSST) | 유의한 차이 없음 | |
"더 먹은 게 아니라 자연식품을 밀어냈다"
눈여겨볼 대목은 초가공식품이 기존 식단에 '얹힌' 것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대체했다는 점이다. 맥마스터대에 따르면 과일·채소·곡물 등 최소가공식품이 하루 섭취 식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초가공식품 섭취 최하위 그룹이 68%, 최상위 그룹은 41%였다.
제1저자인 러셀 드 수자 교수는 "이런 식품이 더 건강한 자연식품을 밀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이런 손상은 훨씬 나이가 많을 때 듣고 치료하는 질환과 연관된다"며 중년에서 나타난 결과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교신저자인 소니아 아난드 교수는 "30대, 40대, 50대, 60대에 무엇을 먹느냐가 이후의 뇌 건강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아난드 교수는 초가공식품이 간편하고 저렴한 선택지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인과관계는 아직…한 번 측정한 '단면 연구'
이번 연구는 참가자를 한 시점에 한 번만 조사한 횡단면 연구다. 따라서 초가공식품이 뇌 손상을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식습관은 참가자가 작성한 설문에 기반했고, 대상도 심장병이 없는 캐나다 중년으로 한정됐다.
연구팀은 같은 사람을 오랫동안 추적하며 MRI를 반복 촬영해야 초가공식품을 줄였을 때 뇌 변화가 늦춰지거나 예방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캐나다 암 대응 파트너십, 캐나다 심장·뇌졸중 재단, 캐나다 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았다.
한국 성인은 하루 열량 29.3%가 초가공식품
국내 식탁은 어떨까. 식품안전정보원과 한림대 연구진이 2022년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은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한국형 NOVA 분류'를 적용해 한국인의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추정했다. NOVA는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자연식품·최소가공식품, 가공 식재료, 가공식품, 초가공식품의 네 그룹으로 나누는 분류 체계다.
이 논문에 따르면 분석 대상 전체의 하루 섭취 열량 가운데 초가공식품은 29.3%(606㎉)를 차지했다. 자연식품·최소가공식품은 52.7%(1091㎉)였다. 연구진은 미국의 초가공식품 열량 비중(약 58.5%)보다는 낮다고 해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USDA)도 2025년 7월 연방관보 공고에서 미국 성인과 어린이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이 초가공식품에서 나온다는 연구자 추정을 인용하며 초가공식품의 통일된 정의를 마련하기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연령별로는 젊을수록 비중이 높았다. 20~30대가 36.2%로 가장 높았고, 1~19세 33.1%, 40~50대 28.8%, 60세 이상 19.7% 순이었다. 다만 캐나다 연구는 섭취 식품량 기준, 국내 연구는 열량 기준이어서 두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 연령대 | 초가공식품 열량 비중 |
|---|---|
| 1~19세 | 33.1% |
| 20~30대 | 36.2% |
| 40~50대 | 28.8% |
| 60세 이상 | 19.7% |
| 전체 | 29.3% |
중년 식탁의 초가공식품은 '소주·국수·빵'
무엇이 초가공식품 열량을 채우는지도 연구로 확인된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2025년 2월 학술지 'Journal of Nutrition and Health'에 실은 논문은 2016~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40세 이상 1만3396명의 식사를 분석했다.
그 결과 40~64세 중·장년층의 초가공식품 열량에 가장 크게 기여한 식품은 소주(14.20%), 국수(10.68%), 빵(8.90%) 순이었다. 65~74세 노인은 국수(16.36%), 떡(10.63%), 크림과 설탕을 넣은 커피(10.32%)가, 75세 이상은 크림·설탕을 넣은 커피(13.40%)가 1위였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은 그룹일수록 열량과 나트륨 섭취는 많고 비타민A·엽산·비타민C 같은 미량영양소 섭취는 적은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2018년 자료를 분석한 2022년 논문에서도 성인 남성은 주류(6.4%), 비유탕면(4.0%), 빵류(3.4%), 유탕면(2.9%)이, 여성은 비유탕면(4.3%), 빵류(4.2%), 떡류(2.4%), 주류(2.3%)가 초가공식품 열량의 주요 공급원으로 꼽혔다.
장보기에서 할 수 있는 일
초가공식품을 무조건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연구진도 초가공식품을 유형별로 가려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연구에서 드러난 문제도 초가공식품이 채소·과일·곡물 같은 자연식품의 자리를 차지한 데 있었다.
장을 볼 때는 원재료명에 가정 부엌에서 잘 쓰지 않는 첨가물이 길게 이어지는 제품인지 살펴보고, 한 끼를 즉석면이나 냉동 간편식으로 때웠다면 다음 끼니에는 채소와 통곡물을 곁들이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있다. 국내 중년층의 경우 술과 면, 빵에서 오는 초가공식품 열량이 크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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