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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중앙아시아 원산 '투르키스탄 바퀴', 부산 감만항서 번식 확인…주거지 3곳서도 발견

부산대·경상국립대 연구진이 2025년 11월~2026년 6월 부산 감만항 일대를 조사해 외래종 투르키스탄 바퀴의 성충·약충·알집을 모두 확인하고 국내 정착을 보고했다. 항만 밖 주거지 3곳에서도 개체가 나와 분포 범위는 아직 불확실하며, 연구진은 살충제 남용 대신 먹이원 제거와 미끼 방제를 결합한 통합 관리를 제안했다.

중동·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외래 바퀴 '투르키스탄 바퀴(Periplaneta lateralis)'가 부산 감만항 일대에 자리를 잡고 번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 생명시스템연구소와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연구진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감만항 주변을 조사해 성충·약충·알집을 모두 확인했고, 이를 국내 정착의 근거로 제시했다. 논문은 미국곤충학회 학술지 '저널 오브 인티그레이티드 페스트 매니지먼트(JIPM)'에 9월 29일 실렸다.

날개가 짧고 검은 암컷 여러 마리와 날개가 길고 주황색인 수컷이 함께 모여 있는 투르키스탄 바퀴 성충
투르키스탄 바퀴 성충. 검은 개체가 암컷, 날개가 길고 주황빛을 띠는 개체가 수컷이다. 부산 현장 사진이 아닌 자료사진 · 사진: Happy1892 / 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3.0)

약충 2마리에서 시작된 조사…한살이 전 단계 확인

논문에 따르면 첫 발견은 2025년 11월이다. 감만항에서 토착종 먹바퀴 약충 무리 사이에 섞여 있던 중간 크기의 약충 2마리가 연구진 눈에 띄었다. 약 한 달 뒤인 12월 후속 조사에서는 감만항 인근 나무판과 골판지 밑에서 갓 깨어난 어린 약충이 다수 발견됐다.

2026년 6월 초에는 성충 수컷이, 6월 중순에는 성충 암컷이 많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6월 감만항 주변으로 범위를 넓혀 세 차례 더 조사했고, 모든 발육 단계와 알집(난협)을 기록했다. 한 세대만 우연히 들어온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번식을 이어 가고 있다는 의미다.

발견 지점은 컨테이너 주변 옹벽, 수도계량기함, 음식물 쓰레기통, 쓰레기 집하장, 하수구 입구 등이었다. 이 가운데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하수구 입구였다. 항만 구역 밖 주거지 세 곳에서도 개체가 확인돼 실제 분포 범위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번식력과 생김새…'레드 러너'로 불리는 이유

투르키스탄 바퀴는 몸길이 3㎝ 안팎으로,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레드 러너'라는 별명이 붙었다. 논문이 제시한 표본 크기는 수컷 27㎜, 암컷 24㎜다. 수컷은 연노랑~주황색에 날개가 길고, 암컷은 짙은 적갈색~검은색에 날개가 짧다. 암수 모두 앞날개 가장자리에 노란 띠가 있다.

번식 관련 수치는 2013년 미국 '경제곤충학회지(JEE)'에 실린 실험실 연구를 인용했다. 섭씨 26.7도 조건에서 암컷 한 마리는 평생 알집을 약 2~25개 만들고, 알집 하나에서 평균 13.9마리가 부화한다. 알집을 최대치인 25개 만들면 약 350마리(25×13.9=347.5)가 태어나는 셈이다. 알집 발육에는 약 40일, 약충이 5령을 거쳐 성충이 되기까지는 약 220일이 걸린다.

투르키스탄 바퀴 주요 생태 수치 (자료: Kim·Rust 2013, Shim 외 2026)
항목수치
암컷 1마리 평생 알집 수약 2~25개
알집 1개당 부화 약충 수평균 13.9마리
알집 발육 기간약 40일
약충→성충 기간(26.7도)약 220일, 5령
성충 크기(부산 표본)수컷 27㎜, 암컷 24㎜

왜 부산인가…따뜻한 겨울과 하수구

연구진은 부산의 기후를 정착 배경으로 들었다. 논문이 인용한 1991~2020년 평년값 기준 부산의 겨울(12~2월) 월평균기온은 3.6~5.8도이고, 연평균기온은 15.0도로 전국 평균 12.8도보다 2.2도 높다. 논문은 국내 다른 지역과 달리 부산·대구·광주는 겨울에도 0도 안팎 이상을 유지한다는 선행 연구도 함께 인용했다.

하수도와 연결된 배수 시설도 변수로 꼽혔다. 습도가 유지되고 온도 변화가 작은 공간이 겨울철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바퀴는 낮에는 젖은 나무나 잔해 밑에 숨어 있다가 밤에 마른 보도와 맨흙 위로 나와 음식물 쓰레기, 하수 유기물, 동물 사체 등을 먹는 것으로 관찰됐다.

유입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항만 물동량과 관련된 운송을 유력한 경로로 보면서도, 국내 온라인에서 파충류 먹이용 곤충으로 공공연히 판매되는 사례를 확인했다며 이미 내륙에 퍼져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농업 해충이 아닌 생활 불쾌 해충이라 항만 검역에서 놓치기 쉽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일본·러시아에서도 퍼진 종

투르키스탄 바퀴는 원산지 밖에서 미국·일본·러시아와 유럽 일부에 정착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2013년 JEE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78년 캘리포니아 육군 보급창에서 처음 보고된 뒤 1979년 텍사스 포트 블리스, 1984년 애리조나 여러 도시로 번졌다. 연구진은 중동에서 들여온 군수 물자를 초기 유입 경로로 추정했다.

국내에 공식 기록된 바퀴는 독일바퀴, 미국바퀴, 일본바퀴, 먹바퀴 4종이다. 이번 연구는 감만항에서 투르키스탄 바퀴와 먹바퀴가 서식지와 먹이를 함께 쓰며 뚜렷한 시공간 분리 없이 섞여 사는 모습을 기록했다. 두 종의 경쟁 관계는 아직 검증되지 않아 후속 연구 과제로 남았다.

방제는 '통합 관리'…살충제 남용은 경계

연구진은 먼저 항만과 인접 주거지를 반복 조사해 분포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수구, 배수구, 수도계량기함, 쓰레기 집하장, 음식물 쓰레기통처럼 습한 은신처를 우선 관리 대상으로 꼽았다. 위생 관리와 은신처 제거, 표적형 미끼(베이트) 약제를 함께 쓰는 '통합적 해충 관리'가 핵심이다.

미끼 효과도 일부 시험했다. 감만항 12곳에 덫을 놓아 회수 가능한 15개를 24시간 집계한 결과 식초 미끼에 112마리, 맥주에 적신 오트밀 미끼에 48마리가 잡혔다. 다만 연구진은 덫 모양 차이와 분실 탓에 어느 미끼가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야외에 살충제를 넓게 뿌리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살충제가 주변 생태계와 공중보건에 해를 줄 수 있어서다. 연구진은 사람의 이동이나 물품 운송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어 지속적인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에서 알아둘 점

논문에 따르면 이 종의 약충은 발바닥 흡착 구조(욕반)가 발달하지 않아 매끈한 플라스틱 벽을 오르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 종을 주로 건물 주변 야외에 사는 '주변 서식성' 해충으로 분류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밀폐하고 배수구 주변에 쓰레기나 젖은 목재를 쌓아 두지 않는 것은 연구진이 제시한 먹이원 제거·은신처 관리와 같은 맥락이다.

생김새로 구별하는 단서도 있다. 논문의 비교 표본에서 토착종 먹바퀴 수컷은 35㎜로 투르키스탄 바퀴 수컷(27㎜)보다 컸고, 투르키스탄 바퀴는 수컷이 연한 주황빛, 암컷이 검붉은 빛이라 암수 색 차이가 뚜렷하다. 연구진은 계절별 개체 수 변화와 주거지로의 확산 여부를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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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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