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못 받은 전세보증 채권 12조원…보증 거절 1위는 '묵시적 갱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갚고 회수하지 못한 미회수 채권이 2025년 12조51억원으로 2021년보다 약 12배 늘었다. 보증사고와 대위변제액은 2024년 정점 이후 줄고 있지만,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 탓에 보증 이행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어 세입자는 만기 2개월 전 통지 기한을 챙겨야 한다.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고 아직 받아내지 못한 돈이 지난해 말 1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신성범 의원실이 15일 공개한 HUG 제출 자료에 따르면 HUG의 미회수 채권은 2021년 1조17억원에서 2025년 12조51억원으로 약 12배 늘었다. 보증사고 자체는 줄고 있지만, 내년 초 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라면 '해지 통보 시기'를 놓쳐 보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 일정을 챙겨야 한다.

못 받은 돈 12조원…전세보증 몫은 줄고 기업보증 몫은 늘어
대위변제는 임대인이 계약 종료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먼저 지급하고, 그 금액만큼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절차다. HUG가 대신 내준 돈을 다시 받아내지 못하면 미회수 채권으로 쌓인다. 같은 날 염태영 의원실이 공개한 HUG 자료를 보면 미회수 채권 잔액은 2023년 6조724억원, 2024년 10조6475억원, 2025년 12조51억원으로 불어났고, 올해 자료 제출 시점에는 12조450억원이었다.
구성은 달라지고 있다. 염 의원실 자료에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미회수액은 지난해 7조4963억원에서 올해 7조374억원으로 4589억원 줄었다. 반면 기업보증 미회수액은 1조8204억원에서 2조3853억원으로 5649억원 늘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까지 높아졌다. 특히 '사용검사 후 세대별 법인 임대보증금보증' 항목은 2023년 1689억원에서 올해 1조3272억원으로 커졌다.
| 시점 | 미회수 채권 잔액 |
|---|---|
| 2021년 | 1조17억원 |
| 2023년 | 6조724억원 |
| 2024년 | 10조6475억원 |
| 2025년 | 12조51억원 |
| 2026년 자료 제출 시점 | 12조450억원 |
보증사고는 정점 지나…대위변제액 10년 만에 첫 감소
채권 잔액이 쌓인 것은 2023~2024년 전세사기 여파가 컸던 탓이다. HUG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은 2022년 9241억원에서 2023년 3조5544억원으로 뛰었고, 2024년에는 3조994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5년에는 1조7935억원으로 55.1% 줄어, 2015년 첫 대위변제 이후 금액 기준으로 처음 연간 감소를 기록했다.
보증사고 금액도 2024년 4조4896억원에서 2025년 1조2446억원으로 72.3% 줄었다. HUG가 5월 발표한 올해 1~4월 실적을 보면 보증사고 금액은 2693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5743억원)보다 5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채권 회수액은 4701억원으로 대위변제액 3061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HUG는 보증사고 주택을 경매로 직접 낙찰받아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든든전세' 사업이 회수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 연도 | 보증사고 금액 | 대위변제액 |
|---|---|---|
| 2021년 | 5790억원 | 5041억원 |
| 2022년 | 1조1726억원 | 9241억원 |
| 2023년 | 4조3347억원 | 3조5544억원 |
| 2024년 | 4조4896억원 | 3조9948억원 |
| 2025년 | 1조2446억원 | 1조7935억원 |

보증 거절 사유 1위는 '묵시적 갱신'
사고가 줄었다고 세입자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증에 가입해 놓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이행 거절'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정준호 의원실이 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 이행 거절은 2021년 29건(69억원)에서 2024년 249건(437억원)으로 늘었고, 2025년에도 9월까지 178건이 거절됐다.
거절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계약이 자동 연장된 '묵시적 갱신'이었다. 묵시적 갱신을 이유로 한 거절은 2021년 1건(3억원)에서 2024년 150건(260억원)으로 늘어 그해 전체 거절 건수의 약 60%를 차지했다. 2025년 9월까지도 99건(160억원)이 같은 이유로 거절됐다. 2024년 기준 다른 사유는 대항력 상실 47건, 사기·허위 43건 등이었다.
| 연도 | 전체 거절 | 묵시적 갱신 사유 |
|---|---|---|
| 2021년 | 29건(69억원) | 1건(3억원) |
| 2022년 | 66건(118억원) | 5건(20억원) |
| 2023년 | 128건(249억원) | 57건(111억원) |
| 2024년 | 249건(437억원) | 150건(260억원) |
| 2025년(9월까지) | 178건 | 99건(160억원) |
왜 자동 연장되면 보증이 안 되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는 임차인이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을 통지하지 않으면 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다시 체결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갱신된 계약은 임차인이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지만, 같은 법 제6조의2에 따라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
HUG 보증은 계약이 종료되거나 해지된 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보증사고로 인정한다. 계약이 자동 연장되면 '끝난 계약'이 없으니 사고가 성립하지 않고, 이행 청구 시점도 그만큼 늦어진다. HUG는 묵시적 갱신 여부를 판단할 때 임대인의 문자·메신저 수신 내역이나 도달 기록이 남은 내용증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은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는 도달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는 통지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1월 만기 세입자, 11월이 고비…연락 끊긴 집주인엔 공시송달
계산해 보면 내년 1월에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는 늦어도 11월 중 갱신 거절 의사가 집주인에게 도달해야 한다. 1월 초 만기라면 11월 초, 1월 말 만기라면 11월 말이 기준이다. 집주인이 전화와 문자에 답하지 않는다면 먼저 집주인 주소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폐문부재나 수취 거부로 반송되면 주민등록초본 등을 갖춰 법원에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공시송달은 법원 게시판 등에 게시한 날부터 2주가 지나면 상대방에게 도달한 것으로 본다. 다만 신청서에는 상대방 주소를 알 수 없어 정상 송달이 불가능하다는 사유와 그동안 시도한 송달 방법, 반송 증명 같은 소명 자료가 필요하다. 반송과 신청, 게시 기간까지 합치면 몇 주가 걸리므로 만기 2개월 전 시점에서 거꾸로 계산해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세입자가 확인해 둘 것들
HUG는 2024년 10월부터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일까지 가입자에게 카카오 알림톡으로 만기 안내를 보내고 있다. 알림을 받으면 이사 계획과 관계없이 통지 기한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갱신 거절이나 해지 의사를 문자로 보냈다면 집주인이 읽었는지, 답장이 왔는지 화면을 저장해 두고, 읽지 않았다면 바로 내용증명으로 바꿔 보내는 편이 낫다.
계약이 끝난 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먼저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이 등기부에 기재된 것을 확인한 뒤 짐을 옮겨야 대항력을 지킬 수 있다. 2024년 이행 거절 가운데 47건이 대항력 상실 때문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새로 전세를 구하는 경우라면 HUG 반환보증 한도가 2023년 5월부터 공시가격의 126% 이하로 강화된 만큼, 계약 전에 해당 주택이 보증 가입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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