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상속세 공제 현실화 공감"…일괄·배우자공제 5억원, 1997년 이후 그대로
임광현 국세청장이 13일 국정감사에서 1997년 이후 그대로인 상속세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 최저액 5억원의 현실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재정경제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사이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은 2024년 2만1193명으로 4년 새 두 배가 됐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13일 국정감사에서 1997년 이후 그대로인 상속세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액 5억원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답했다. 다만 세법 개정은 재정경제부 소관이라며 구체적인 개선 방향은 재경부와 협의한 뒤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질의는 세종 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임 청장은 의원 시절 공제 확대 법안을 직접 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지금은 세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30년 가까이 묶인 '10억원' 공제선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인이 기초공제 2억원과 자녀공제 등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 5억원 가운데 큰 쪽을 고르도록 한다. 배우자가 함께 상속받으면 실제 상속액과 법정상속분 가운데 작은 금액을 최소 5억원, 최대 30억원까지 추가로 뺀다.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하는 일반적인 경우 상속재산이 10억원을 넘지 않으면 사실상 상속세를 내지 않는 구조다.
일간NTN 보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도 올해 2월 2024년 결정 기준 전체 사망자 가운데 상속세 과세 대상은 5.9%이며, 통상 상속재산이 10억원 미만이면 일괄공제 등으로 과세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공제액이 정해진 시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보고서에서 배우자공제 금액이 1996년 말 정해진 뒤 바뀌지 않았고, 2022년 소비자물가가 1997년보다 89%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사이 자녀공제와 연로자공제가 2015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미성년자·장애인공제가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오르는 등 일부 인적공제는 조정됐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이를 '소폭 조정'으로 평가했고, 많은 상속인이 적용받는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 최저액 5억원은 손대지 않았다.

상속세 내는 사람, 4년 새 두 배
공제선이 묶여 있는 동안 집값과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빠르게 늘었다. 머니투데이가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은 2020년 1만181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늘어 처음으로 2만명을 넘었다. 4년 만에 약 2.08배가 된 셈이다.
| 연도 | 과세 대상(명) | 사망자 수 대비 비율 |
|---|---|---|
| 2020년 | 10,181 | 3.34% |
| 2021년 | 12,749 | 4.01% |
| 2022년 | 15,760 | 4.23% |
| 2023년 | 19,944 | 5.66% |
| 2024년 | 21,193 | 5.91% |
통계청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과세 비율은 2018년 2.68%에서 2024년 5.91%로 높아졌다. 조세일보가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2000년 과세 대상 피상속인은 1389명에 그쳤는데, 2024년에는 그 15배를 넘었다.
서울은 상황이 더 두드러진다. 국세청 기준 서울의 피상속인 대비 과세 비율은 2024년 15.46%로, 사망자 100명 가운데 15명꼴로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됐다. 2010년 서울의 과세 비율이 2.9%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오른 수치다.
8억·10억 상향안, 아직 국회 문턱 못 넘어
공제 확대는 여러 차례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임 청장은 민주당 의원이던 2024년 일괄공제를 8억원으로, 배우자공제 최저액을 10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공제를 합하면 사실상 면세선이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올라가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공제 확대를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주간경향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평균 집값 수준의 집 한 채를 물려받은 유족이 세금 때문에 집을 팔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같은 해 11월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상속·증여세 개정안 22건이 올라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공제액은 아직 그대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일괄공제만 8억원으로 올려도 향후 5년간 세수가 3조843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배우자공제 확대분은 관련 통계가 부족해 이 추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세율·과세 방식 개편안도 함께 나와
공제 확대와 별개로 세율과 과세 방식을 바꾸자는 법안도 계속 나오고 있다. 조세일보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이달 12일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주식 20% 할증평가를 없애며,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가업승계 부담 완화 3법'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8월 3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최대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는 대신 최소 경영 기간을 10년에서 30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일반 가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일괄공제·배우자공제 상향은 이번 국감에서 국세청장이 공감 의사를 밝힌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 상속을 앞둔 가정이 알아둘 점
공제 확대는 법 개정이 끝나야 적용되므로, 현재 상속이 개시되면 현행 기준을 따른다.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의 5단계 누진 구조다.
일괄공제 외에도 순금융재산의 20%(최대 2억원)를 빼 주는 금융재산공제, 피상속인과 10년 이상 함께 산 무주택 자녀가 집을 물려받을 때 최대 6억원까지 빼 주는 동거주택 상속공제가 있다. 배우자공제는 실제로 배우자 몫으로 나눈 재산을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상속재산 분할을 기한 안에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상속세는 상속이 개시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신고해야 하며, 기한 안에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3%를 공제받는다. 공제 요건과 금액은 가족 구성과 재산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상속재산이 10억원 안팎이라면 세무 전문가와 미리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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