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배상보험, 4년 반 동안 지급 25건·13억원…5대 은행은 '0원'
개인정보 유출에 대비해 기업이 드는 손해배상책임보험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25건, 약 13억원 지급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은 보장한도를 합쳐 700억원을 들었지만 같은 기간 지급액은 0원이었다.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을 때 피해자 배상에 쓰라고 기업이 가입하는 '개인정보 손해배상책임보험'의 보험금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25건, 12억9820만원 지급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형연 의원(조국혁신당)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이달 초 공개했고, 서울신문은 8일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보험금 지급액이 한 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은행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수치여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에 들어 있다"는 말이 실제 보상으로 이어지는지 따져 볼 필요가 커졌다.

보장한도 700억원, 지급은 0원
서울신문이 각 은행에 확인한 결과 5대 은행의 개인정보 배상보험 기본 보장한도는 신한·NH농협이 각 200억원, KB국민·하나·우리가 각 100억원으로 모두 700억원이다. SBS Biz도 지난해 12월 같은 은행별 한도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료상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대 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법상 은행에서도 보험금 지급 사례는 없었다. 한도가 크게 설정돼 있어도 실제 피해자에게 돌아간 돈은 없었던 셈이다.
| 은행 | 보장한도 | 2022년~2026년 7월 보험금 지급액 |
|---|---|---|
| 신한은행 | 200억원 | 0원 |
| NH농협은행 | 200억원 | 0원 |
| KB국민은행 | 100억원 | 0원 |
| 하나은행 | 100억원 | 0원 |
| 우리은행 | 100억원 | 0원 |
| 합계 | 700억원 | 0원 |
전체 업종 지급액은 늘었지만 과징금과 견주면 미미
은행을 포함한 전체 업종으로 넓혀도 지급 규모는 크지 않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연간 보험금 지급액은 2022년 4123만원에서 지난해 4억6249만원으로 약 11배 늘었고, 올해는 7월까지 4억7749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지급액을 넘어섰다.
| 연도 | 지급액 |
|---|---|
| 2022년 | 4123만원 |
| 2025년 | 4억6249만원 |
| 2026년(1~7월) | 4억7749만원 |
| 2022년~2026년 7월 누계 | 12억9820만원(25건) |
반면 김형연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개인정보 유출로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은 7004억원에 이른다. 집계 기간이 한 달가량 다르지만, 보험금 누계는 과징금의 0.2%에도 못 미친다. 과징금은 국고로 들어가 피해자에게 직접 돌아가지 않는다.
왜 보험금이 나가지 않나
약관은 개인정보 유출과 분실·도난·위조·변조·훼손에 따른 법률상 배상책임을 보장하지만, 보험금이 나가려면 피해가 실제로 생겼고 기업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서울신문에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고, 유출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는지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송 대신 분쟁조정을 택해도 기업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난다. 허프포스트코리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1인당 10만원 조정안을 거부했고,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1인당 30만원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 최저 가입금액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데일리안과 SBS Biz 보도에 따르면 매출 800억원 초과·정보주체 100만명 이상 기업의 최저 가입금액은 10억원이며, 쿠팡과 SK텔레콤도 10억원 한도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2만5천명 유출, 보상은 '피해 확인 시'
최근 사고에서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 SBS Biz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는 외부의 무단 접근으로 대출 신청 관련 고객 약 2만5천명의 이름·전화번호·연계정보(CI)·연소득·산출 한도 등이 유출됐고, 금융감독원은 9월 30일 현장점검에 들어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사과문에서 "개인·신용정보 유출로 고객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해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상은 피해가 확인된 경우를 전제로 하는 만큼, 유출 고객은 은행 안내에 따라 유출 항목을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문자·전화에 대응한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보험업계에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상금까지 특약으로 보장하는 상품도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신문은 한 기업이 유출 피해자 1인당 10만원 배상에 합의한 뒤 보험금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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