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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고민 털어놓는 사람 10명 중 7명…정부, 정신건강 AI 이용 가이드라인 발표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8일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생성형 AI 이용자 1019명 조사에서 68.8%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썼고, 10.6%는 AI 조언만으로 퇴사·이별 같은 중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민감 의료정보 입력 자제, AI 답변을 진단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AI와 거리 두고 사람과 상의하기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앞두고 8일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생성형 AI 이용자 10명 중 7명꼴이 고민 상담이나 감정적 위로 같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이 분야 이용 수칙을 따로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라인은 모든 이용자용과 아동·청소년 및 보호자용 두 가지로 나뉜다. 핵심은 개인정보를 지키고, AI의 말을 진단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사람과의 관계를 AI로 대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안은 채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여성
집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자료사진) · 사진: Shixart1985 / 위키미디어 공용(CC BY 2.0)

고민 상담·위로 목적 이용 68.8%

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최근 한 달 안에 생성형 AI를 써 본 15~79세 1019명을 조사한 결과, 68.8%가 일상 대화나 감정적 교감, 심리상담 같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이용했다. 15~18세 청소년은 69.2%였다. 전체 응답자의 79.9%는 AI의 답변이나 조언으로 도움을 받았거나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화 못 멈추고, AI 말만 듣고 중대 결정도

부작용도 뚜렷했다. 현실의 일에 집중하려 해도 AI와 대화를 이어간 경험은 16.3%, 대화 시간을 조절하지 못해 잠이나 일상에 지장을 받은 경험은 9.8%였다. 주변과 상의하지 않고 AI 조언만으로 퇴사나 이별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는 응답도 10.6%에 이르렀다.

정신건강·심리상담 목적으로 AI를 쓰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했다. 대화를 멈추기 어려웠다는 응답은 23.4%로 전체 평균의 약 1.4배, AI 조언만으로 중대 결정을 내렸다는 응답은 17.8%로 약 1.7배였다.

생성형 AI 과의존·오인 경험 비율(%) —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2026년 8월 25일~9월 4일, 15~79세 1019명)
항목전체정신건강·심리상담 목적 이용자
현실의 일에 집중하려 해도 대화를 이어감16.323.4
AI 조언만으로 퇴사·이별 등 중대 결정10.617.8
AI 답변을 의학적 진단처럼 받아들임14.6—
AI의 정신건강 정보를 전문가·공식 자료로 확인11.9—

AI와의 대화를 근거로 자신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라고 판단했거나 AI 답변을 의학적 진단처럼 받아들인 경험은 14.6%였다. 자신의 정신건강이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AI가 준 정신건강 정보를 전문가나 공식 자료로 다시 확인한 사람은 11.9%에 그쳤다.

세 가지 원칙…"이름·진단서는 입력하지 말 것"

가이드라인은 세 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첫째는 "마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살펴보고 정해두세요"다. 서비스의 목적과 효과 근거, 개인정보 처리 방식을 먼저 확인하고, 의학적 효과를 내세우는 서비스라면 공인기관의 검증·승인을 받았는지 살펴보라는 내용이다. 이름·연락처·주소 같은 개인정보와 진단서·처방전·검사결과지 같은 민감한 의료정보는 입력하지 말고, 대화 시간과 범위도 미리 정해 두라고 권했다.

둘째 원칙은 "내 상태에 대한 AI의 말을 결론으로 삼지 마세요"다. AI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가능성을 언급하더라도 확정 진단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전문가나 학회·정부기관 같은 공신력 있는 자료로 확인하라는 것이다. 셋째 원칙 "AI와 거리를 두고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세요"는 가족·친구와의 교류가 줄면 이용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고,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결정은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와 상의하며, 위기 상황에서는 AI 대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라고 안내한다.

청소년 51.7% "나는 AI에 의존적"…보호자와 규칙 정한 경우 2.5%

청소년의 의존 성향은 특히 두드러졌다. 15~18세 청소년의 51.7%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AI에 의존적이라고 답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청소년의 83.1%는 보호자가 자신의 AI 이용 사실을 안다고 했지만, 보호자와 함께 이용 규칙을 정했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가이드라인은 청소년에게 AI 캐릭터를 실제 친구나 연인처럼 여기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살피고, 고민을 AI에만 털어놓지 말라고 권했다. 보호자에게는 AI 이용을 무조건 막기보다 자녀가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 먼저 이해하고 규칙을 함께 정하라고 했다.

내년엔 고위험군 맞춤 지침

조사 응답자의 86.9%는 생성형 AI 이용과 관련해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선 추진할 정책으로는 AI 정신건강 가이드라인과 법·제도 정비(68.7%)가 첫손에 꼽혔다. 복지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교육·의료 현장에 알리고 이용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한편, 내년에는 중증 정신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이선영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친절하고 확신에 찬 답변이 항상 정확성이나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AI는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는 만큼 필요한 경우 의료진의 도움을 적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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