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강화 전등사 일원 명승 지정…나라 제사터·병인양요 승전지
국가유산청이 10월 16일 영암 「월출산 일원」과 「강화 정족산 전등사 일원」을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했다. 통일신라 국가 제사터와 서남부 불교문화, 고려 가궐·조선 사고·병인양요 승전지가 겹친 역사문화경관이 인정받았다. 인천에서는 1997년 백령도 두무진 이후 29년 만의 명승이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이 10월 1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의 「월출산 일원」과 인천 강화군의 「강화 정족산 전등사 일원」을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했다. 두 곳 모두 빼어난 산세에 국가 제사, 불교문화, 옛 기록과 전쟁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역사문화경관'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두 명승은 지난 8월 지정 예고 뒤 30일간의 의견 수렴과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보존·관리 방안을 세우고, 국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용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라 제사 지내던 '달 뜨는 산', 월출산
국가유산청 발표에 따르면 월출산은 「삼국사기」에 '월내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당시 이 지역은 월나군이었고, 주봉인 천황봉은 통일신라 때부터 나라의 제사를 지낸 곳이다. 시대에 따라 월내악, 소금강, 천불 등으로 불렸다는 점도 이 산이 오랫동안 특별한 장소로 여겨졌음을 보여 준다.
월출산은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서남부 불교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무위사는 선종 사찰의 전통을 이어 오며 조선 전기 왕실의 후원으로 조성된 극락보전과 벽화를 간직하고 있고, 도갑사는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과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은 모두 국보로 지정돼 있다.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월출산은 평야 한가운데 홀로 솟은 화강암 산괴로,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백악기까지의 화강암류가 분포한다. 돔형 암봉과 성곽처럼 이어진 암릉 등 풍화 지형이 발달했고, 식충식물 같은 특이 식생도 자란다고 국가유산청은 설명했다.
천황봉과 구정봉을 중심으로 한 기암절벽은 주변 평야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구정봉의 아홉 개 우물에 얽힌 신앙과 설화가 전해지고, 정약용과 김창협 등이 남긴 유산기와 「백운동도」 같은 기록도 남아 있다. 월출산은 1973년 도립공원을 거쳐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고려 가궐부터 병인양요까지, 정족산 전등사
「강화 정족산 전등사 일원」은 정족산의 자연지형을 바탕으로 삼랑성, 전등사, 정족산사고, 사찰림, 옛길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간이다. 국가유산청은 고려시대 가궐과 국가 불교의례, 조선시대 사고와 선원보각, 병인양요 승전지 등 여러 시대의 역사가 한 공간에 겹쳐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산세를 따라 쌓은 포곡형 산성인 삼랑성과 자연 사면에 들어앉은 전등사, 사찰림과 노거수, 탁 트인 조망이 함께 경관을 이룬다. 고려 문인 이색을 비롯한 이들의 유람 기록과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강화전도」 등 여러 문헌과 고지도에도 정족산과 전등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삼랑성과 전등사를 잇는 옛길은 참배와 유람, 주민의 일상을 이어 주던 통로였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정 구역은 전등사 경내 15필지, 약 15만4370㎡다. 인천에서 명승이 지정된 것은 1997년 백령도 두무진 해변 이후 29년 만이다. 불교신문은 이번 지정이 수도권 명승 가운데 11번째이자 강화에서는 첫 사례라고 전했다.
| 구분 | 월출산 일원 | 강화 정족산 전등사 일원 |
|---|---|---|
| 소재지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일대 | 인천 강화군 |
| 지정 예고 | 2026년 8월 | 2026년 8월 |
| 지정일 | 2026년 10월 16일 | 2026년 10월 16일 |
| 주요 구성 | 천황봉·구정봉, 무위사, 도갑사, 화강암 풍화 지형 | 삼랑성, 전등사, 정족산사고, 사찰림, 옛길 |
| 핵심 가치 | 국가 제의·불교문화·시문이 쌓인 산악 문화경관 | 고려·조선 역사와 호국 유적이 겹친 역사문화경관 |
| 지정 면적 | 발표 자료에 명시되지 않음 | 약 15만4370㎡(15필지) |
명승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지정되나
명승은 자연경관과 그 안에 깃든 역사·문화 요소가 함께 뛰어난 아름다움을 이루는 곳을 국가가 법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유산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인 1933년 제정된 보존령에서 처음 명승 개념이 쓰였고,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본격적인 지정이 시작됐다.
2024년부터는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천연기념물과 함께 '자연유산'으로 분류돼 관리된다. 지정 절차는 전문가 현지 조사와 지정 예고, 30일 이상의 의견 수렴,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시로 마무리된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전등사 일원도 올해 1월 우수 잠재 자원으로 추천된 뒤 이 과정을 차례로 밟았다.
지정 뒤 달라지는 것은
명승으로 지정되면 보존과 정비에 국가 예산을 받을 수 있다. 인천시는 보수정비, 경관 개선, 재난 예방시설 구축 등 사업 유형에 따라 최대 70%까지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11월 중 국가유산 보수정비사업 국비를 추가로 신청하고, 확보한 예산으로 정족산 전등사 일원의 탐방로를 정비하고 경관을 개선할 계획이다.
장은미 인천시 문화유산과장은 정족산 전등사 일원이 "고려·조선 역사와 불교 문화, 호국정신이 집약된 인천의 소중한 국가유산"이라고 말했다. 전등사 주지 지불스님은 "최근 안보 이슈와 교통체증 등으로 다소 침체된 강화 지역 관광에 새로운 활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을 탐방객이 알아둘 점
두 곳 모두 단풍철을 맞아 탐방객이 늘어나는 시기에 명승 지정 소식이 나왔다. 월출산은 국립공원 구역이어서 정해진 탐방로를 이용해야 하고, 무위사와 도갑사 등 사찰 경내에서는 수행 공간을 배려하는 관람 예절이 필요하다.
전등사 일원은 삼랑성과 전등사를 잇는 옛길 자체가 명승의 구성 요소다. 성곽과 노거수, 사찰림이 함께 명승의 가치를 이루는 만큼 탐방객은 성벽이나 나무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가유산청이 밝힌 국민 체험형 활용 방안은 후속 연구를 거쳐 마련될 예정이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일정은 추후 발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