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조류 쫓는 레이저건 4대 가동…사거리 엽총 30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통제 범위 약 2000m의 조류 통제용 레이저 건 4대를 10월 15일부터 4개 활주로에서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 조류 충돌은 2022년 20건에서 2024년 41건으로 늘었고 올해 1~8월 35건으로 지난해의 87.5%에 이르렀다. 반경 13km를 감시하는 조류탐지 레이더는 2028년께 도입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8일 항공기 비행구역으로 날아드는 새를 레이저로 쫓아내는 '조류 통제용 레이저 건' 4대를 도입해 지난 15일부터 공식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4개 활주로에 1대씩 배치됐으며, 통제 효과 범위는 약 2000m로 기존에 쓰던 엽총(60m)의 30배가 넘는다. 올해 인천공항의 조류 충돌이 이미 지난해 연간 건수에 근접한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엽총 60m에서 레이저 2000m로
이번에 들여온 장비는 국내 기업이 개발해 특허청 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레이저를 이용해 항공기 비행구역으로 접근하는 새를 미리 차단하는 방식으로, 엽총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사가 이 장비에 기대하는 것은 시간대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다. 새들은 일출과 일몰 무렵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기존 엽총 방식은 이 시간대에 육안으로 새를 식별하기 어려워 열화상 카메라 등에 의존해야 했다. 레이저는 야간 가시성이 높아 공사는 일출·일몰 시간대와 야간에 장비를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넓은 통제 범위를 살려 겨울철 기러기처럼 큰 무리를 이뤄 이동하는 철새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용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운항본부장은 "이번 신규 장비 도입으로 인천공항의 조류통제 역량과 항공기 운항안전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구분 | 기존 엽총 | 레이저 건 |
|---|---|---|
| 통제 효과 범위 | 약 60m | 약 2000m |
| 일출·일몰·야간 운용 | 육안 식별 어려워 열화상 카메라 등 보조 필요 | 야간 가시성 높아 집중 투입 예정 |
| 배치 | - | 4개 활주로에 1대씩 총 4대 |
조종사 시야 우려에 1년 반 넘게 걸린 도입
공항에서 레이저를 쓰자는 의견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실제 도입은 쉽지 않았다. 레이저 빛이 이착륙하는 조종사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는 안전 우려 때문이다. 공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함께 사용 기준과 절차를 새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공사 발표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2월 항공기 안전을 해치지 않는 레이저 장비 사용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조류탐지 레이더와 레이저 장비 도입 방침을 세웠다. 올해 5월에는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 기준'과 '항공 장애물 관리 및 비행안전 확인 기준' 등 관련 지침 개정이 마무리됐다.
이후 공사는 올해 7월 장비의 안전관리와 운영 절차를 마련했고, 지난달 서울지방항공청의 운영 승인을 받았다. 건의부터 실제 운영까지 1년 8개월가량이 걸린 셈이다.
인천공항 조류 충돌, 올해 8개월 만에 지난해 87.5%
장비 도입을 서두른 배경에는 늘어나는 조류 충돌이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조류 충돌은 2022년 20건, 2023년 22건에서 2024년 41건으로 한 해 만에 86% 늘었다. 지난해에도 40건이 발생했고, 올해는 1~8월에만 35건으로 지난해 연간 건수의 87.5%에 이르렀다.
같은 자료에서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의 조류 충돌은 2022년 111건, 2023년 130건, 2024년 110건, 2025년 108건이었고 올해는 8월까지 68건으로 집계됐다. 14개 공항 합계가 연 110~130건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인천공항 한 곳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 연도 | 인천공항 | 한국공항공사 14개 공항 |
|---|---|---|
| 2022년 | 20건 | 111건 |
| 2023년 | 22건 | 130건 |
| 2024년 | 41건 | 110건 |
| 2025년 | 40건 | 108건 |
| 2026년(1~8월) | 35건 | 68건 |

집계 기간과 범위가 다른 자료도 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공항의 조류 충돌은 1126건이었고, 공항별로는 인천 323건, 김포 223건, 김해 212건, 제주 180건 순이었다. 이 자료는 앞선 김정재 의원실 자료와 집계 기간이 다르고 인천공항 수치에도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자료에서도 인천공항은 전체의 28.7%를 차지해 국내 공항 가운데 조류 충돌이 가장 많았다.
조인철 의원실 자료에서 같은 기간 조류 충돌로 기체가 손상된 사례는 105건이었고, 이 가운데 엔진 피해가 39건으로 37.1%를 차지했다. 기체 손상 세 건 가운데 한 건 이상이 엔진에서 발생한 셈이다.
무안 참사 이후 달라진 조류 대책
조류 충돌 대책이 항공 안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계기는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다. 이 사고로 179명이 숨졌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사고기 양쪽 엔진에서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6일 국회 특별위원회에 조류 충돌 예방 강화 대책을 보고했다. 전국 모든 공항에 조류탐지 레이더를 도입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공항마다 최소 1대 이상 두며, 조류 예방 인력을 약 40명 충원해 전담 인력을 약 190명으로 늘린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국토부는 육안으로는 약 2km 거리의 새를 식별할 수 있지만 레이더는 약 10km 거리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탐지 레이더는 2028년…남은 공백은 과제
레이저 건이 새를 '쫓는' 장비라면, 새가 어디서 얼마나 몰려오는지 미리 '보는' 장비는 조류탐지 레이더다. 인천공항공사는 2028년께 공항 반경 13km 안의 조류 이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조류탐지 레이더를 도입할 계획이다. 쿠키뉴스 보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레이더 2대를 올해 발주하고 2027년 설치해 2028년부터 운영한다는 일정이다.
다른 공항의 레이더 일정도 비슷하거나 더 늦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김해·대구·청주·광주·사천공항은 2028년, 포항경주·군산·원주공항은 2029년이 구축 목표다. 정부가 처음 내놓은 전 공항 레이더 도입 구상과 비교하면 일정이 상당히 뒤로 밀린 셈이어서, 그 사이 레이저 건 같은 퇴치 장비와 인력 운영이 공백을 얼마나 메울지가 관건이다.
본격적인 겨울 철새 이동 시기를 앞두고 인천공항이 꺼내 든 레이저 건이 실제 조류 충돌 감소로 이어질지는 올겨울 운영 결과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항공 여행객 입장에서도 조류 충돌은 결항과 지연, 기체 점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인 만큼, 공항의 조류 관리 성과는 정시 운항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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